겨울 그리고 봄
가시는 걸음이 오시는 걸음이
어이 이리도 더디게 느껴지는 지
한낮에 햇살이 따사하다 싶다가도
해질녁엔 차가운 바람길이
가슴에 시리니
아! 그냥 두어라
세상사 해뜨고 달지고
바람 이는 데로 비 내리는 것을
시나부르 어제 오늘 다르게 세월 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찬찬히 하늘을 우러러 깊은 숨을 마신다
마지막 잎새!
온 힘을 다해 앙상한 가지 붙들고
조금만 더 힘내면 하얀 바람이랑 동무도 할 수 있겠지
빙판을 번개 처럼 달리는 여신(氷神)들을 향한
찬사가 한창이다
얼마나 각고의 훈련이 있었겠는가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른 아침 정신일도, 책상 앞에 고추 앉아
동구밖 과수원 노래도 흥얼이고
아지랭이 피어 오르는 둑방의 달빛
마중도 하고
오리랑 붕어랑 걸음 소리도 맞추어 봐야 겠다
어제도 그저께도 또 그그적께도
해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떠오르지 않았던가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 거릴 때까지
억만의 계단을 기어 올라야 한다
창밖에 이는 바람도
저 만치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도
그 모두가 내 안애 있는 것을
시원한 머리
상큼한 마음빛으로
옹달샘 토끼랑 물 마시고 세수해야겠다
이 글은 가시 선생님이 보내주신 시이다. 201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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