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족, 직장

친구에게

고인돌인 2008. 6. 2. 23:58

친구야!

오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했었다.

직장이란 다 그런거지 뭐 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추스리려고 했었어.

날씨는 왜이리 변덕스러운지.

천둥, 번개가 침울한 나의 기분을 더 땅으로 밀어 내렸었다.

글쎄.

주어진 운명이려니 생각하면서 11시까지 교무실에 남아서 이것 저것을 하다가 집에 오려고 핸드폰을 집어들었지.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열어보니 네가 죽었다는구나.

맥이 풀렸다.

두어 달 전에 너와 통화를 했을 때 내 딸의 컴퓨터를 조금이라도 싼 값으로 사주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하던 너인데...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이 컴퓨터도 너의 직원들이 조립해서 준 것인데...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니.

차가운 관속에서 혼자 누워서 있니?

네 어머니는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어머니를 생각하고, 극진히 모셨던 네 어머니는 어떻게 하라고 먼저 떠났니.

네 어머니 칠순 잔치때였나?

돌아오는 길에 네가 얼마나 부러웠다고.

나는 그렇게 해드리지 못했거든.

전에 통화할 때 신경쓰지 말고 건강하게 살라고 나에게 이야기 하던 너였는데

벌써 떠났구나.

그리고 두어번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아서 네가 많이 아프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네가 요양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가서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떠났구나.

초훼한 네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니?

집으로 오는 길에 왜 이리 천둥과 번개는 치는지.

아직은 요란하게 비가 올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너를 떠나보내기에는 하늘도 미련이 있었나보다.

너 그거 기억하니?

4학년 때 너와 복싱을 했는데 내가 한 방에 너를 쓰러트린거.

그 때 얼마나 겁이 났다고, 너의 아버지가 선생님이셨잖아.

그래서 겁이 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회를 일으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검은 차에 여러 친구들을 태우고 모임에 참석하던 네가 보고싶구나.

화 한번 내지 않고 웃어주던 네 모습을 이제는 영영 볼 수가 없게 되었구나.

많은 친구들이 너를 그리워하겠지.

친구야!

그래도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시니 외롭지는 않겠구나.

아버지와 만나서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리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