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인 2008. 6. 18. 21:38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머리가 몽롱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하여 서호(축만제)를 산책했다.

비가 갠 후라 바람이 너무 시원한데, 허리를 꽉 끼고 천천히 걷는 연인, 부부들이 너무 정겨워보인다.

항미정의 마루에 털썩 앉아 여유를 찾으려니 배수구로 내려가는 물소리가 오늘 세상을 시원하게 적셨노라고 과시하는 듯 들렸다.

어제까지 코를 힘들게 했던 냄새도 함께 사라졌다.

호수에 불빛에 비친 물결이며 아파트의 조명이 아름다워보였다.

고개를 드니 팔달산의 서장대가 보아달라고나 하듯이 가깝게 다가선다.

팔달산을 바라다보니 문득 너는 왜 이리 힘들게 사니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글쎄 편히 살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어쩔수 없지뭐... 하면서 결론을 맺지 못했다.

교무실로 돌아와 세수를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대견한 생각이 든다.

복도에서 서성이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고마운 생각도 들고...

언제나 단골로 복도에서 벌을 서고 있는 유**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한다.

불러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냥 돌아섰다.

이놈들 이렇게 고생들 하는데 대학이나 잘 가야할텐데...

2008. 6. 18.

 

 

 

 

<항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