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조선 지역 조사차 중국 랴오닝(요녕)성과 지린(길림)성을 답사했었다. 조사단에는 천문학자, 화가, 고고학자, 암석전문가, 복원전문가 등이 함께 했다. 조사를 하며 전문성을 가진 고고학자들이 자연과학 쪽의 식견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고고학을 하며 자연과학적 지식의 필요성을 느꼈던 적이 많다. 한계는 많았다. 대학때도 자연계열 관련 강의는 수학 하나로 끝났다. 고고학에서는 역사, 인류학, 기후학 등 인문학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도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대 의대를 문과생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가 취소한 바가 있다. 교육과정의 파행 우려가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 감성도 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 소견도 그와 같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래희망이 수없이 변한다. 인문교육을 받았다 하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문제다.
2021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놓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미 예고를 했음에도 막상 닥치면 철저한 준비 없이 실시하려 한다고 많은 비판이 가해질 것이다. 오랜 예고를 거쳐서 도로명주소를 올해 본격 시행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이과의 통합은 근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때는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가 단순히 가창력이 돋보여서 주목을 받지만은 않았다. 세계인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과 영상기술은 물론이고 영어에 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육과정상으로는 선택의 폭을 최대한 존중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같은 계열 내에서의 선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계열을 초월한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게 진행된다면 대학 진학시 학과 선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지금은 입시 과정에서 자연계는 인문 과목을 인문계에서는 자연 과목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인문계열을 선택한 많은 학생들은 과학과목에 관심을 끊어버린다. 물론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도 역사나 사회과목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입시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었던 것이다.
우장문 대지중학교 수석교사ㆍ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