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인 2015. 2. 20. 11:33

영화를 보았다.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송창식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잠시나마 그 때 그시절로 돌아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고마운 영화였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내 자취방에서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들이 많이 그리워진다.

 

<세시봉 영화의 한 장면>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각헌, 승영, 학희 그리고 같은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항상 함께했던 상돈이.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 자주 함께했던 동선이, 동희, 성범 등...

그리고 초등학교 친구이면서 고등학교 같은 집에서 전세를 살던 용숙, 대학시절 자취집에 있던 미희, 손녀뻘인 종예 등 동갑네기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모두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각헌이는 연락이 되지 않아서 많이 보고 싶다.

 

<투윈폴리오의 노래를 함께 배웠던 너무나 좋은 친구 학희, 각헌, 승영, 나>

 

학희는 탈렌트를 뺨칠 정도로 잘 생겼었다. 시골에서 청주를 왔을 때 청주에 산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던 친구였다. 사범대를 가고싶지 않아서 대입원서를 찢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잘나가는 영어 선생을 하고 있다. 대학 근처에서 살았던 학희 집에 가서 어머니께 밥도 많이 얻어먹었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자신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기 좋다.

각헌이는 재능이 많았던 친구이다. 함께 노래를 할 때면 어디에서 배웠는지 우리에게 웨딩케익, 하얀손수건을 가르쳐 주었던 것 같은 친구이다. 고향을 가는 길에 가덕을 지나다보면 항상 생각나는 보고싶은 친구이다. 항공사를 그만두고 서울에 복덕방을 한다고... 몇 년 전인가 통화도 했는데 이제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꼭 만나보고 싶다.

승영이는 항상 우리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희망을 주었던 친구이다. 승영이 아버지 환갑 잔치에 갔다가 속리산을 갔다가 삼청교육대에 갔다왔다는 친구에게 곤욕을 치뤘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왜 그리 무서웠는지... 성실한 이 친구는 지금 교감을 하고 있다.

상돈이... 착하고 외모가 나와 비슷해서 형제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다니다가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얼마 전에 대전에서 이 친구를 만났는데 나를 창피하게 할 정도로 바른 길을 걷고 있다. 내가 교회를 다니지 않는 것을 많이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었다.

고등학교를 청주로 가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옆 짝꿍이었던 용숙이와 같은 집에 살았다. 나는 형님 내외분과 함께 전세를 살았는데 용숙이네도 같은 집에서 전세를 살았다. 고등학교의 어린 시절에 갈래머리를 하고 다니던 청순한 모습이 생각이 난다. 특히 자취집으로 옮기고 길이 얼었던 어느날 내 창문을 두드리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웨딩케익의 첫 소절을 부르다보면 이 친구의 모습이 보인다. 여상을 졸업하고 국민은행을 다녔기에 배고픈 나는 많은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처음 먹었던 오무라이스가 생각난다.

고3때 형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나는 미희네 집에서 자취를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내 자취방에 많이 왔다. 연탄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석유곤로에 국을 끓이고, 전기밥솥에 왜간장만은 넣어서 밥을 비벼먹었지만 대학 졸업때까지 즐거운 생활을 했었다. 물론 대학 박물관에서 많은 잠을 잤지만 지금도 그곳을 지나칠때면 항상 옛 추억이 아른거리는 곳이다. 미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참 좋은 분들이었다. 아저씨는 돌아가시고 아주머니는 살아계시지만 몸이 좋지 않으시다. 반찬도 많이 만들어서 가져다 주시던 아주머니인데... 몇 년 전체 찾아뵈었을 때 눈물을 보이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저씨는 더 정이 많으셨던 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지까지 오셨던 것이 어저께같은데 아저씨가 돌아가신지도 몇 년이 흘렀다. 운동을 잘하던 미희와 어느날 탁구를 쳤는데 그 때 게임에서 졌던 생각이 지금도 난다. 다시 만나서 꼭 탁구를 쳐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때는 왜 그리 창피했는지... 남자가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었다. 얼마 전에 만났었는데 엄마가 자식을 대하듯이 나를 챙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고향마을 출신 종예, 나만 만나면 할아버지하고 부르던 친구이다. 집안이 어려워 스스로 돈이 덜 드는 간호대를 갔고 의사와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다. 가끔 통화를 할 때면 보톡스 주사로 미간 사이의 홈을 메워줄테니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고향에 가면 항상 생각나는 친구이기도 하다. 할아버지! 하면서 전화를 받을 때가 참 좋다.

용숙이와 종례를 제외하면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만났던 친구들이다. 모두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참 좋은 친구들이었고 나를 많이 성장시켰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고, 항상 웃음을 머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친구들 모두 항상 행복하고 영원히 건강했으면 좋겠다. 왠지 눈물이 난다.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젊은 시절의 우상이었던 가수들이 벌써 70대라니...

2015.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