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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길이란?

고인돌인 2020. 3. 19. 06:53

가장이란 무엇일까?

구시대의 용어인지는 몰라도 어깨를 참으로 무겁게 만드는 단어인 것 같다.

나도 어쩌다보니 가장이 되었다.

딸 둘,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다.

가장이라는 자리를 둘이 함께하던 때는 힘든 줄 몰랐는데

혼자 지고가려니 참으로 무겁고 외롭기만 하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감동받기도하고

때로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탓인가?

결혼한 큰애가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까지 했으니

크게 축하를 해주어야하는데 대놓고 좋아하기가 힘들다.

둘째, 셋째를 눈치보는 것인가?

둘째가 고시에 합격하고 취업을 했기에 격하게 축하를 해주어야하는데

역시 표나게 축하를 해주기가 어렵다.

첫째와 셋째를 눈치보는 것은 아닌가?

막내가 입학하고 예쁜 짓을 하면 칭찬을 해주어야하는데

웃으면서 칭찬하기가 망설여진다.

첫째와 둘째가 눈치보이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가장인가보다.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말 한마디에 가슴아파하면서

가슴 속 깊숙한 곳의 마음은 표현하기 힘든 것이 가장인가보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떠난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잘 자라준 아이들을 보면서 함께 웃어줄 사람이 없는 가장은 크게 웃을 자격도 없나보다.

너무 허전하고 힘들어도 자식들에게 이야기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이것은 나이탓인가 엄마를 먼저 보내게한 가장이라는 죄의식 때문인가?

가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한길 뿐인가?

지금까지보다 즐거운 삶을 살 가장의 길은 없는 것인가?

눈치보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가장이 되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기나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