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어버이날

고인돌인 2020. 5. 8. 08:59

어버이날이다.

출근을 하면서 어머니께 여느때와 같이 전화를 드렸다.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는 장문이냐? 하고 크기 말씀하신다.

요즘 귀가 조금 어두워지셔서 자꾸 목소리가 커진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후 어머님 은혜 노래를 불러드리겠다고 하자 그러라고 하신다^^

메이는 목을 추스리면서 노래를 시작하는데 어머니도 함께 따라하신다. 난 어머니가 이 노래를 모르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같이 노래를 하신다. 대체 어디서 노래를 배우셨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도 목이 메이셔서 중간에 그만하라고 하셨지만 끝까지 불렀다.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하시면서 부르셨을 것이다. 나도 점점 목이 많이 메이지만 티를 안내려고 끝까지 불렀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노래 끝에 '어머니 사랑해요' 라고 크게 말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우시는 모양이다. 우는 목소리를 자식에게 듣지않게 하시려고 바로 전화를 끊으신다.

97세에 이렇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어머니가 계셔서 너무 좋다.

혼자 다니실 수 있을 만큼 건강 관리를 잘하시는 어머니가 계셔서 너무 좋다.

매일 아침에 들을 수 있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있어서 너무 좋다.

자주 찾아뵈어야하는데 한 달에 한 번밖에 뵙지 못해서 죄송하기만 하다.

이제 명퇴를 하면 더 자주 찾아뵙고, 더 많이 모시고 다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령의 어머니가 오래 사시리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후회를 줄일 수 있도록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

곁에 자주 있으면서 어머니께 사랑을 드리고 싶다.

어머니는 혼자인 나를 보시는 것이 안쓰러우시겠지만...

13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평생 열심히 일만하시던분이셨는데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기만 하다. 


아침을 먹는데 큰형님이 전화를 하셨다. 혹시 내가 어머니께 갔나해서 전화를 하신 것이다.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혹시 내가 시골에 가있으면 부탁을 하시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고 전화를 하신 형님을 생각하니 내가 어머니께 잘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시고 계신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셋째형은 큰 용역을 맡아서 아침에는 못오고 저녁에는 오시겠다는 전화를 하셨다고 어머니와 통화중에 말씀을 하셨다. 둘째 형은 어머니 옆에 계시니 아침을 대접하고 꽃을 달아드릴 것이다. 누나와 동생은 모두 옷을 사다드리고, 반찬도 해다드리고 예쁜 옷을 사다드리는 등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이미 표했다. 딸이 정말로 효도는 잘하는 것 같다. 오늘도 정신없이 7남매로부터 전화도 받고 선물도 받을 것이다. 자식을 낳고도 미역국도 못드시고 쌀밥도 먹지 못할 만큼 고생을 하셨지만 그래도 자식들은 잘 키우셨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은 어느 자식들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형제자매들 다행스럽게 모두 어머니께 잘해드리려고 노력을 하신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이 참 좋다.


어제 저녁에는 아들이 무엇인가를 잔뜩 들고 내방에 들어왔다.

등산용 모자와 등산복 상의, 그리고 자동차용 스마트폰 거치대이다.

모자는 큰 사위와 딸이 선물 종류를 얘기하라고 강제해서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옷까지 사서 보내주었다. 내가는 직접 사지 못할 좋은 것들이었다. 아들은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온 것이다. 어저께 아산에 집을 얻으러 가면서 거치대 없이 스마트폰 네비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보였던 것 같다. 꼭 필요한 것이었다. 기능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딸이 모자와 옷 입은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해서 사진까지 보내야하나 하면서도 찍어서 보냈다^^

막내딸은 어제밤에 와서는 재수를 하는데 마지막으로 친구집에서 자고 아침에 온다는 약속을 받고 보냈다.

7시 20분 정도에 들어와서는 아들과 아침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내 방으로 오라고 부르더니 내 모습을 스케치한 작품을 보여주고는 액자에 넣어주고 싶었는데 못샀다고 미안해하면서 그림을 줬다. 몇 시간에 걸쳐 그렸을 정성을 생각하니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다. 상대적으로 부각된 카네이션을 꼽은 모습^^

어버이날 선물 너무 고마웠다. 자식이 셋이니 셋으로부터 받는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아내가 있어서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기도 했다. 그리고 애들을 잘 키워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2020년의 어버이날은 또 이렇게 내 가슴에 남는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