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경기일보 천자춘추
지난 10월8일 폐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동쪽으로 가면 제주도 여섯 배 크기의 숨바섬이 있다.
자연환경이 좋지 못한 이곳 원주민들의 생활은 몹시 어려워서 하루에 두 끼 정도밖에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섬을 소개하는 이유는 어려운 형편 속에도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지켜갔던 조선시대 ‘3년 상’을 떠오르게 하는 풍습을 이곳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로, 다양한 형태의 거대한 선사시대 무덤인 고인돌 유적을 꼽을 수 있다. 4만여 기의 고인돌은 세계에 분포하는 고인돌의 3/4 이상에 해당하는 숫자로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인돌 수 천 기가 숨바섬에도 있다. 숨바섬 장례 풍습의 특이한 점은 죽은 지 3~5년 정도가 지나서야 고인돌을 만들고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몇 년이 흐른 뒤에 고인돌을 만들고 장례를 치르는 이유는 극진한 효심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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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그 자손들은 그때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 그것은 주로 장례 의식에 필요한 물소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고인돌을 만들고 장례식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소의 목을 쳐서 희생시키는 의식이 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서 망자가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에 연유한 것이다. 들소 한 마리 값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다. 장례 의식에서 희생시킬 들소를 마련하는 데는 보통 3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그런 다음에야 고인돌을 만들게 된다. 결국 죽은 후 집안에 안치하거나 관에 넣어서 나무 밑 등지에 모시던 시신을 안치할 고인돌을 만드는 데 몇 년 동안 모은 재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이러한 장례 풍습을 보면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동안 묘를 지키며 지극 정성으로 제사지냈던 조선시대의 장례 풍습이 떠올랐다.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이곳 숨바인들의 부모에 대한 정성 또한 유교사상으로 무장했던 조선시대의 효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과거에 비할 바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는 우리 주변에서는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는 어른을 폭행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명절 연휴 공항에 북적이는 해외여행 인파가 이제는 당연지사이니,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 비용을 마련하려는 숨바섬 사람들의 극진한 효심을 보며 과연 나는 숨바섬의 사람들 보다 인간다운 행동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우장문 용인 대지중학교 수석교사 우장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