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족, 직장

어머니

고인돌인 2008. 1. 30. 09:34

나의 행복과 즐거움

 

어머니와 생전 처음으로 단둘이 떠난 여행 내내 깊은 주름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 눈물이 난다.

여든 넷이라는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밉기만 하다.

낮은 계단 하나도 제대로 오르내리지 못하는 모습이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옷을 한 번에 제대로 못입는 모습이 나를 눈물 짖게 한다.

무심코 걷다보면 한참 뒤에 계신 모습에 나는 아직 멀었구나며 자책하게 한다.

젓가락으로 콩을 제대로 집지 못하는 모습이 나의 가슴을 안타깝게 한다.

자가용의 조수석을 여행이 끝날때까지 제대로 찾지 못하는 모습이 나를 죄스럽게 한다.

나에게 먹일 따뜻한 음식을 찾기 위해 휴게소에서 서성이는 뒷 모습이 나의 가슴을 눈물짓게 한다.

갓 시집오셔서 너무 추워 귀가 터졌었다는 말씀이 나의 뼛속으로 져며들어 온다.

일본에서 고생해서 보내 준 아버지의 품삯을 손에 대보지도 못하고 친척들이 모두 써버렸다는 대목에서의 떨림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자식이 여비를 지불하는 것을 미안해 하시는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음식값은 한 번은 내야한다며 한 참을 뒤적이시는 모습이 내 마음에 행복과 슬픔을 교차하게 한다.

어머니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 나의 가슴을 조여온다.

국을 떠드시다가 쏟으시고 속상해 하시는 모습이 나를 눈물짖게 한다.

아직도 나의 손을 잡는 것을 겸연쩍어 하시는 모습이 나에게 조그만 미소를 안겨준다.

자동문을 닫으려고 유리를 잡아당기시는 모습이 나에게 웃음과 슬픔을 함께하게 한다. 

수술한 양 무릎이 아프지는 않다는 말씀이 나에게 안도감이라는 좋은 단어를 선사해 준다.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드린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장 큰 선물을 주시는 어머니가 계신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자 즐거움이다.

 

내 나이 마흔 여덟, 생전 처음으로 어머니와 단둘이서 한 여행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2008년 1월 28-29일 전북 부안 일대를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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