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족, 직장

아버지가 보고싶네요.

고인돌인 2014. 11. 29. 10:02

이른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음이 뒤숭숭해서 음악을 듣는다.

‘거위의 꿈’을 듣는데...

“꿈을 이루십시오.” “꿈을 지키십시오.”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아버지'라는 노래를 듣는데...

저절로 눈물이 난다.

세상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고

세상 누구보다도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 교육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가슴 깊이 학생들을 위하여 열심히 생활해 왔는데.

그리고 아이들과 끝까지 수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수석교사라는 길을 택했는데

31년을 가정보다는 학교를 위하여

가족보다는 학생을 위하여 걸어온 인생이었는데

경제 논리를 내세운 관리자의 논리로

선발할 때의 규정도 무시되고

엄청난 힘을 가진 직위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한

권력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을 가슴 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

하루아침에 참 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순수하게 한 걸음을 내 디딘

아직 한 걸음도 제대로 내 디디지도 못한

408명의 수석교사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

왜 한 명의 교사에게는 적용되면 되지 않는지.

통일을 외쳤던 훌륭한 분이셨고

누구보다도 평화를 외치던 분이었는데

왜 우리에게는 평화를 주지 못하는지

밤잠을 설치고

안압이 올라가고

등짝이 아파오기만 한다.

마음을 다잡기 위하여 책을 잡아보았지만

한 페이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머니 생신을 위하여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데

기쁜 마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92세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왠지 가슴속에는 슬픔이 더 많이 자리 잡기만 한다.

7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다.

누구보다도 나를 지지해주셨고

항상 믿으셨고

글을 잘 모르셨지만

역사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순박한 농부였지만

내가 쓴 책을

가슴속에 간직해 주셨던

아버지가 그립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가서

탄광에서 일하시면서

많은 고통을 겪으셨기에

나의 눈물을 어루만져주시리라 생각되는 아버지

오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너무나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강인함을 가르쳐주셨던

아버지가 간절히 보고 싶은 오늘입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이, 평화가 이렇게 간절한 것인줄은 몰랐다.

 

201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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