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족, 직장

매화 마을 가는 길

고인돌인 2014. 3. 17. 12:21

매화 마을 가는 길

 

저만치 봄의 소리 가까이 오실 때 면

마음은 어느새 섬진강 따라 가고 가던 날들

올 봄엔 나도 한번 그길 따라 가봐야지

 

그리운 마음은 정말 그 길을 나서게 해주었다

그 흔한 나비도 없는 새차 그랜져에 동승하여

지도를 펴들고 이정표를 챙기며

 

천안-논산-이리 그리고 순창-순천 새 길을 따라

남원고을에서 추어탕으로 점심을 하고

오작교 건너며 팔뚝만한 잉어랑 눈인사도 했다

 

광양만 구비 진 길 돌아 섬진강변의 망덕포구에

하나 둘 어둠이 내리고

손바닥보다 큰 강굴이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소리

 

소주 한잔 또 한잔

강바람에 실려 오시는 파란 봄 이야기는

하늘의 별을 헤이게 했다

 

주막에 불이 하나 둘 꺼져가고

강변의 어둠은 하늘빛이 되어

매화 산수유 두둥실 花神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동읍내에서 재첩국에 아침을 마시니

지난밤 소주 흔적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부추 재첩 전 그 맛은 어디 파전에 비할 손가

 

그림 같은 다리 건너 화계장터 한 바퀴 돌아

우측에 아기벚꽃이 좌측에는 노란 산수유 강길 따라

나도 모르게 개나리-찔레꽃 동요를 부른다

 

작은 길따라 자동차 속도가 줄고 서행하는가 싶더니

드디어 매실마을에 들어서고 있는가 보다

주차할 곳이 어디 있으랴!

 

눈으로 가슴으로 흘려만 보아도

심신은 어느새 매화꽃향이 베어든다

등 밀려 가다가 청매실 소로길에 차를 세우고

 

하얗고 푸르다 못해 홍매실 언덕에 오르니

섬진강 푸른 물에 모래 둔덕이 얼굴을 내미니

!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인가 보다

 

두꺼비 노니는 섬진강 오 백리 물길 따라

산바람 강바람 불어나는

그 어는 산자락인들 어떠하리

 

강이 내려다 보이는 매화 언덕에

삼 칸 집하나 짓고

가시나무 숲 풀이랑 바람이랑 동무하면

 

나는 천상을 나는 가시새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바람 노래 부르면

아름다운 한 세상 내 안 가득 피어나리

 

매화 언덕에 누워

두꺼비강 하늘을 우러러

파란 달빛을 노래하고 싶다

 

2014.3.17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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