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족, 직장

어머니와 함께한 생일

고인돌인 2014. 6. 23. 00:18

오늘은 내 생일이다.

어제 경기역사체험역구회 답사를 마치고 늦게 고향에 도착했다.

집사람과 아영이가 함께 방문을 하니 어머니는 더 좋아하셨다.

편입시험 준비 중인 윤명이, 기말고사에 박차를 가하는 아란이와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움은 조금 있었지만...

답사도 하고 운전도 오래 해서 11시도 되지 않아서 일찍 잠이들었다.

 

새벽에 어머니가 부산하게 움직이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께 생일이라고 말씀을 드리지 않으셨는데 벌써 알아차리시고 54살의 아들 생일상을 차리시려고 91세의 어머니가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것이다. 연세가 많으셔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어 하시는데...

한 참을 더 잔후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6시였다. 어머니는 아마 5시 이전에 일어나신 것 같다.

미역을 불리고 계셔서 왜 어제 끓이신 올갱이국을 먹으면 되지 미역국을 끓이느냐고 모르는 척 하고 말씀드리니 니 생일인것 안다고 하신다. 에미가 말씀드렸느냐고 하자 온다고 해서 달력을 보고 아셨다는 것이다. 달력을 보니 비뚤비뚤하게 쓰여진 생일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 연세에 6째의 생일까지 기억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존경스럽고 감사하기만 했다. 며느리와 손녀딸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데 90이 넘으신 어머니는 열심히 아들 생일상을 차리려고 준비를 하시는 것이다.

나도 무엇인가를 어머니를 위해서 해드리고 싶어서 화장실에 전등이 들어오지 않아서 이를 갈려고 하니 파리 똥이 많이 있었다. 이를 씻은 후 입구쪽을 보니 천정에도 파리 똥이 까맣게 있었다. 어머니는 힘드니 하지 마라고 하시지만 어머니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천정의 오물이다. 화장실과 그 앞의 천정과 형광등 등을 깨끗이 걸래로 닦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청소하는 것이 왜 이렇게 즐겁기만 할까?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일이 그렇게 하기 싫었고, 방도 치우기 싫었는데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아들임에도 선뜻 이것좀 닦아라. 이것좀 갈아달라고 말씀을 못하시는 어머니께 진작 알아서 해드리지 못함에 죄스럽기도 하였다.

아침을 맛있게 먹은 후 아영이가 사온 케익에 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한다.

박자도 맞지 않지만 가장 큰 목소리로 흥겹게 자식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시는 어머니에게서 자식을 사랑하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 산소를 다녀오니 상추, 부추, 과자, 사탕, 오이 김치, 올갱이국, 미역국 등을 모두 차에 싣고 가라고 하신다. 모든 것이 어머니의 진한 사랑이 담긴 것들이다.

차를 타고 떠나려는데 어머니가 차창으로 다가오셔서 꼬깃꼬깃 접힌 2만원을 던져 넣으신다. 양말이라도 사신어라...하시면서.

나도 용돈을 매달 드리기는 하지만 항상 더 많은 은혜를 입는다. 그저 어머니가 건강하게 계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항상 너무 큰 사랑을 주신다. 나를 건강하게 잘 키워주신 어머니께 항상 너무 감사히기만 한데...

수원 집에 도착하여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리니 오히려 어머니는 너무 고맙다고 울먹이시면 말씀을 하신다. 내 가슴은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너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2014.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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